번역대학원의 필요성에 관한 고찰
번역대학원에 가보니 크게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첫째, 번역에 관심이 있어서 배우려고 온 사람.
둘째, 영어 관련 스펙을 쌓으려고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
첫번째 부류는 번역 자체에 관심이 있고, 최종 목표는 번역가로 자리잡는 것이었고, 두번째 부류는 영어학원 강사들이 많았다. 번역대학원을 나왔다고 하면 영어강사로서 스펙을 한줄 쌓는 것이기에 대학원에 온 케이스이다. 그러나 스펙한줄 쌓겠다고 대학원에 온 사람들은 중도 포기하고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 학비가 만만치 않고, 번역대학원은 과제도 많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번역대학원을 고민한다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에 취직할 계획이라면, 대학원 출신인게 유리할 것이다.
나는 회사에 취직할 마음은 없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번역 에이전시에 이력서를 넣는 방식으로 일을 구했는데, 번역대학원 진학에서 큰 메리트를 얻지 못했다. 에이전시에서 번역가를 뽑을 때, 번역 테스트를 통해 사람을 뽑지, 대학원 출신이라고 무조건 뽑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번역대학원에서 쌓은 인맥을 통해 일을 얻는다? 이건 사람 나름이다. 사람을 널리 사귀어서 알음알음 소개를 받는 경우도 있다. 확실한 건, 대학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비처럼 일을 물어다주는 경우는 없다. 결국 내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한다는 말이다.
번역대학원 진학의 결과는 '번역' 분야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미미하게 넓혀주었다는 점?
번역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고찰하게 되었다는 점?
번역이라는 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
결국 학문을 배우고 지성을 쌓기 위한 순수한 학구열의 관점에서는 번역대학원 진학이 필요하겠지만.
번역가로 자리 잡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수 있을거라 기대한다면,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대학원을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번역대학원에서 배운 내용이, 장기적으로는 번역가로서의 기본기를 다져주므로,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번역을 배울수 있는 곳은 번역대학원이 아니더라도 많다. 한겨레나 바른번역 아카데미 등.. 번역에 대해 고민하고 배울수 있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으므로. 번역대학원이 꼭 필요한가? 고민하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자신의 목적을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결정하시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