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이야기

소아 약시치료 5년차...끝이 보이다!

프리랜서생활인 2022. 4. 20. 01:19

우리 딸이 4살이던 2018년 어느날, 눈을 심하게 깜빡였다. 그당시 순천향대학 병원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순천향대 병원에서 소아안과로 유명한 박성희 교수님을 찾아갔다. 눈 깜빡임의 원인은 속눈썹 때문이었고, 속눈썹을 몇가닥 처리했더니 깜빡임은 바로 사라졌다. 그때 병원을 간 김에 검진도 받았는데, 검사 결과 '약시'가 있으니 고쳐야 한다고 했다. 눈 깜빡이는 거 고치러 갔다가 얼떨결에 약시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정말 얼떨결에 안경까지 맞추고, 그날부터 약시치료가 시작되었다. 증세가 아주 심한 편은 아니라서, 집에서만 안경을 써도 충분하다고 하셨다. 6개월 후에 추적 검사를 하러 오라 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안경을 쓴다는 사실에 매우 낙담하고, 자책했다. 나 편하자고 동영상을 너무 많이 틀어줘서 시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것만 같았다. 어린이 안경 종류가 많다. 그러나 박성희 교수님은 굳이 비싼 테를 살 필요는 없고, '토마토 안경'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추천해주셨다. 토마토 안경은 국산인데, 저렴한 편이고 튼튼하고 가벼워서 아이들에게 좋다고 하셨다. 동네 아는 엄마는 아이에게 몇십만원짜리 스위스제 안경을 사주던데, 나는 교수님 말을 듣고 토마토 안경으로 구입했다.

 

비록 안경생활을 시작했지만, 네살짜리 아이에게 안경을 씌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우리 딸은 불편하다며 안경을 잘 쓰지 않았다. 매일 써야 되는데, 생각날 때만 썼다. 일주일에 3~4번 정도만 썼고, 그것도 한시간, 두시간 정도밖에 안 썼다. 6개월마다 병원을 갔는데, 별 차도가 없었나보다. 순천향대 소아안과로 유명한 박성희 교수는 작년에 은퇴하셨는데, 굉장히 까랑까랑한 할머니 의사선생님이었다. 교수님은 우리에게 안경을 얼마나 충실히 쓰는지 물어봤다. 나는 솔직하게 '제대로 쓰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불같이 화를 내시며!! ㅎㅎ 그래서 차도가 없었던 것 같다면서, 안경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셨다. 

 

그러나 교수님의 호통에도 우리 딸은 안경을 너무나 싫어했다. 겨우겨우 달래서 집에서만 안경을 씌웠는데, 6개월 후 다시 갔더니 '가림치료'라는 것을 권했다. 차도가 너무 더뎌서, 빨리 속도를 내야한다며... 약시치료는 어릴 때 해야 효과가 좋은데, 아이가 점점 나이를 먹어가니까 의사선생님도 다른 방책을 추천해주신 것 같다. 가림치료용 안경덮개도 구매했는데, 그 안경덮개를 끼우면 안경의 착용감이 불편하다고 잘 안쓰려고 했다. 그래서 뽀로로 아이패치를 사서 붙였다 떼면서 생활했다. 밴드를 붙였더니 안경테가 매우 지저분해졌지만, 이렇게 해야 아이가 받아들이니 어쩔수 없었다...ㅠㅠ

 

2020년부터 시작된 가림치료. 하루에 3시간 정도 가림치료를 한 것 같다. 솔직히 안 하는 날도 꽤 많았다. 그렇지만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달래며, 안경을 챙기면서 가림치료를 해왔다. 2021년 순천향대 박성희 교수님이 은퇴하시고, 후임자로 소아안과 교수가 새로 오셨다. 그분은 박성희 교수님보다는 훨씬 젊은 분이었는데, 아이들을 대하는 스킬이 조금 무뚝뚝하다고 느껴졌다. 박성희 교수님은 호통을 치더라도, 환자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과 응원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런데 바뀐 선생님은 우리 딸이 검사를 겁냈더니 검사를 포기해버리는 것이었다. 애가 무서워한다고 필요한 검사를 패스해도 되는지에 대한 큰 의문이 들었고, 그렇게 다른 병원으로 옮길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도대체 코로나와 안과 진료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병원들의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서울 성모병원에도 소아안과 유명한 교수님이 있다고 해서, 3개월 전에 대기를 걸어놓았다. 그런데, 동네에 큰 형아를 키우는 분에 의하면, 성모병원은 모든 과정이 대기, 대기, 또 대기라고 하셨다. 성모병원에서 나에게 보내준 문자에도, '예약을 했지만 기본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써있었다. 그 당당함과 뻔뻔함에 놀라 버렸다. 이럴거면 대체 예약이라는 제도를 왜 도입한 것인지? 아무튼 그분 말씀으로는 성모병원은 예약도 힘들고, 대기도 길어서 다른 안과전문 병원으로 다닌다고 했고, 그 병원을 나도 추천받았다. 3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성모병원 차례를 기다렸지만, 쿨하게 포기하고 다른병원을 택했다.

 

바로 누네안과라는 곳인데, 소아안과 선생님도 몇분 계시고, 아이들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누네안과를 다녀왔다. 순천향대 병원에서의 진료 기록을 따로 가져가지 않았다. 누네안과에서 초진으로 이런 저런 검사를 하고, 의사선생님 진료를 본 끝에.... 약시가 거의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하루에 1시간 정도는 가림치료를 하라고 권해주긴 했지만.) 지난 5년간 딸과 벌였던 수많은 사투가 떠오르며,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만약 우리가 안경을 더 성실히 쓰고, 가림치료 시간도 늘렸다면, 더 빨리 기쁜 소식을 들었을 것이란 아쉬움도 있다. 어쨌든 우리 딸은 5년만에 약시가 좋아졌다고 했다. 약시는 이른 나이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경을 쓰면서 시력발달을 훈련하는 것만이 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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