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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알바 구하는 방법 3가지- 7년간의 생생후기와 장단점!번역 이야기 2021. 10. 21. 11:33
지난 7년동안 번역알바를 했다. 번역을 통한 수입은 아주 소소했지만, 그 돈 모아서 생활비도 보태고, 주식투자도 하고, 유럽도 다녀오고, 쇼핑도 많이 했다. (옛날 어머니들이 콩나물 팔아 자식들 대학보낸 느낌?) 번역알바라는게 영어만 좀 한다 싶으면 만만해보이지만, 처음에 일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는 않고, 안정적인 수입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또, 번역 결과에 대한 평가가 매우 주관적이라, a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문장도 B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문장으로 보일 수 있다. 항상 마음 졸이면서 납품하고, 피드백이 올까봐 걱정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영어를 한국어로 멋지게 재탄생시키는 일은 매력적이다.
번역가, 번역 알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몇가지 루트를 소개해보려 한다.
번역알바 구하는 법
번역일을 시작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 된다. 첫째, 지인에게 소개 받는다. 둘째, 번역에이전시에 번역가로 등록해서 일감을 받는다. 셋째, 번역 중개사이트에 프리랜서 번역가로 등록한다. 각 방법마다 장단점이 뚜렷한 편이다.
첫째, 지인에게 소개받기.
번역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 주변인들이 소소하게 번역을 부탁한다. 지인 소개의 장점은 단가가 높다는 점이다. 에이전시를 안 거치니까 중간에 떼어가는 돈이 없어서, 내가 번역비를 전부 다 챙길 수 있다는 아주 큰 메리트가 있음.ㅎㅎ납기를 꽤 넉넉하게 잡을 수 있다. 내 경우는 소개받아서 일할 때는 납기도 여유롭게 주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었음.단점은, 일을 정말 '완벽하게' 해서 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나와 내 친구의 체면이 사니깐.... 나에게 회사일을 부탁할 정도의 지인은 나를 믿어주는 꽤나 가까운 지인이었다. 이런 소중한 친구의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소보다 2,3배의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는 사실! ㅎㅎ 나는 보통 번역물을 2~3번정도 검수하고 납품한다. 근데 소개로 번역을 하면 4~5번 검수하게 된다. 사실 번역이라는게 정답이 없다보니, 수정을 하다 보면 끝이 없다. 봐도 봐도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나오지만, 적당히 타협해서 납품하는 깡도 필요하다. 그러나 소개로 하게 되면 완벽에 대한 강박이 심해진다. 그래서 시간이 겁나 오래 걸리고, 높게 받은 번역료는 시간당 단가로 치면 그만큼 낮아진다. ㅎㅎ또 다른 단점은, 일감이 꾸준하지 않다는 것이다. 꾸준한 번역 일거리가 발생하면 회사에서도 전문 에이전시에 맡겨버린다.(그게 비용처리나 신뢰 면에서 편하니깐) 들쑥날쑥 간헐적인 일감은 수입에 큰 도움이 안 된다.ㅠ
둘째, 번역에이전시에 프리랜서 등록하기.
번역회사에 번역가 신청을 하면, 이력서를 검토하고서 연락이 온다. 간단한 테스트를 통과하면, 번역일이 들어온다. 나도번역회사에 등록해서 안정적으로 몇년 동안 일을 받았다. 에이전시의 장단점은 소개와 거의 정반대라고 보면 될듯..장점은, 꾸준하게 일거리가 들어온다. 에이전시에 신뢰를 쌓으면 계속 번역이 들어온다. 신뢰를 쌓으려면....납품 기한을 맞추는 건 당연한거고, 오역이나 누락 같은 실수를 주의해야 함. 같은 거래처를 담당하면 일이 수월해진다. 나는 모 명품회사의 내부문서를 몇년동안 번역했다. 해외본사에서 한국지사에 배부하는 지침서들... 해외에 본사를 둔 회사들은 이런 일거리가 많은데, 클라이언트가 내 번역을 좋아하면 에이전시에서 나한테 그 회사 일을 계속 준다. 나는 몇번의 경험으로 내부 사정을 잘 알다보니까, 원문의 내용 파악도 쉽고, 중복되는 내용은 예전에 쓴거를 복사해서 쓰면 되니까 시간도 훨씬 줄어든다. 그야말로 꿀알바이다! 틀린 내용을 에이전시에서 한번 걸러준다. 내부에서 한번 더 검수하다보니, 오역이 발생하는걸 막을 수 있다. 근데 오역이 자주 발생하면,,,번역회사에서 더이상 내게 일을 안 준다. ㅎㅎㅎ 초반에 오역 많이 내서 일감 끊긴 번역회사가 있었지....
단점은, 번역비가 상대적으로 낮다. 번역회사에서 중개료를 떼어가기 때문에, 최저시급 수준의 단가일 때도 많다. 또, 몇년이 지나도 번역비가 안 오른다. 나는 너무 어려운 내용은 번역료를 올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래봤자 최저시급 수준이고, 편의점에서 알바하는게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음.ㅎㅎ또, 하기 싫은 일도 맡아야 한다. 너무 어렵고 지겨운 내용, 전문용어를 전부 검색해야 되는 까다로운 문서를 맡아야 한다. 사장님이 꼭 해달라고 부탁한다거나. 계속 거절하다보면 일이 안 들어오니까ㅜㅜ 울며겨자먹기로 떠안는 경우가 있다. 의학이나 화학, 뭐 이런쪽 문서는 미치는 거. 하나하나 다 검색하고, 검색한 내용이 맞는지 두세번 찾아봐야 한다. 아 내 아까운 시간이여~~~대형 번역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는, 납기가 엄청 촉박하다. 대형 프로젝트에 몇번 투입되었는데, 납기는 촉박하면서 일감은 겁나 많고. 그래서 주말도 없이 새벽까지 기계처럼 일했음. 에이전시에서 번역가들을 완전한 '도구'로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음. 그러나 일을 많이 한 만큼 수입은 짭짤했다.
셋째, 번역중개 사이트에서 직접 수주하기.
요즘 프리랜서 등록하는 사이트(크몽,숨고) 같은 곳도 활성화된 것 같다. 대학생 알바로는 이 방법이 가장 접근성이 낮고 편하겠지. 외국 사이트로는 PROZ가 대표적이다. 사실 나는 에이전시에서 주는 일만으로도 충분해서 중개사이트를 이용한 적은 없다. PROZ에 프리랜서 등록을 한 적은 있음. 프로즈는 번역비를 높게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시급과 해외선진국의 시급과 체계가 달라서, 번역가의 노동의 가치를 더 쳐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영문 이력서를 작성하는게 생각보다 귀찮다. 귀찮음을 극복한 자만이 수입이라는 꿀을 맛볼수 있다. 앞으로는 번역중개 사이트가 메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구글번역과 파파고번역의 수준이 매우 높아져서, 기업들이 간단한 내용은 내부에서 해결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래서 일감이 줄다보면, 번역회사도 자연스레 소멸할테고. 플랫폼을 통한 이용자들의 직접 거래가 향후 번역시장의 주된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번역회사에서 온 이메일을 몇장 캡쳐해봄.
100만원짜리 일도, 16,000원짜리 일도 주는대로 열심히 했던 나의 지난날 ㅎㅎ 코딱지만한 번역료에서도 소득세 3.3%는 깨알같이 거둬간다.
번역알바를 시작한 계기 & 그만둔 계기
결혼하고 바로 퇴사하고, 지긋지긋한 사회생활을 안하면서 돈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내가 영어를 못하지는 않는다 생각했고, 회사 다닐때 레포트 번역을 했었는데 꽤 재밌었다. 자연스럽게 '번역이나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학부 졸업할 때부터 나에게 대학원을 가라고 했던 우리 아빠는 반색을 하면서 대학원비를 내줄테니 통번역 대학원에서 공부를 해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갑자기 통번역 대학원 진학이 결정됨.ㅎㅎ
반년 정도 준비해서 성균관대 번역테솔대학원에 입학했다. 성대 번역대학원 입학은 매우 쉬웠다. 대면면접을 통해 동기를 물어보고, 짧은 글을 즉석에서 번역하는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 뽑는다. 영어를 조금만 잘하는 사람은 다 붙을 것이다. 대학원 2학기 때부터 번역일을 시작했다. 그 사이에 애도 둘이나 낳아서 키웠으니, 전업주부가 재택알바로 하기에 참 좋은 일이다. 6년 정도 번역알바를 하면서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그만둔 상태이다.
결정적으로 코로나 때문. 코로나가 터지면서 애기들이 유치원을 못 갔다. 그래서 시간이 없었고, 번역회사에서 들어오는 일을 계속 거절했더니 요즘 연락을 안 주신다. 대표님들 오겡끼데스까?
또, 내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다른 분야로 커리어를 옮기게 되어, 번역은 당분간 빠빠이다. 내가 다른 분야에 안착을 하면, 다시 번역을 하고 싶다. 내 적성에 너무 잘 맞기 때문이다. 사람 만나는 거 싫어하는 내게, 혼자 카페 같은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이다. 또, 영어문장을 뜯어서 요리조리 조합하고 한국말로 풀어내는 일이 쾌감이 있다. 번역일을 시작할 때의 목표는 책을 번역하는 것이었는데, 문서번역만 하다가 커리어를 잠정중단해서 아쉽다. 다시 할 때는 도서 번역의 문을 꼭 두드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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